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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베트남 ; 발전시키려면 남부, 중부, 북부 거점에 축구센터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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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남호현 작성일19-07-07 15:33 조회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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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정] “돈보다 비전을 기다린다”, 박항서 감독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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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우리 이 대표가 잘 할 거고, 내가 바라는 건 하나입니다."


잠시 휴가를 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차분했다. 베트남의 국가적 영웅으로 떠오른 뒤 고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지만 박항서 감독의 이번 한국 방문은 이전과 달리 차분하게 진행됐다. 25일 고향 산청을 조용히 찾아 모친과 가족을 만났다. 27일에는 서울국제포럼(이사장 이홍구)이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인 이들에게 매년 수여하는 영산외교인상의 민간 부문 수상자로 단상에 올랐다. 4박 5일 간의 짧은 휴가를 마친 그는 28일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박항서 감독이 잠시 베트남을 비운 사이 그의 에이전트인 디제이매니지먼트의 이동준 대표는 26일 베트남축구협회와 미팅을 가졌다. 2020년 1월로 계약이 만료되는 박항서 감독의 재계약 협상을 위한 첫 만남이었다. 이 대표는 2017년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행을 이끈 ‘박항서 매직’의 조력자다. 


2017년 10월 박항서 감독 취임 당시만 해도 믿음보다 의심의 눈길이 많았던 베트남이 극존칭인 ‘박선생님’으로 부르며 국가 영웅으로 추앙하는 데 걸린 시간은 4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2018년 1월 중국에서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의 AFC 주관 대회 최초의 결승행(준우승)을 이끈 박항서 감독은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 아시안컵 8강 등 걷는 길마다 베트남 축구에 최초와 최고의 역사를 안겼다. 숙적 태국을 상대로는 주요 대회마다 승리와 비교 우위의 성적을 거두며 베트남 국민들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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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매직’ 시즌1이 성공적으로 끝난 상황에서, 이제 시즌2를 위한 논의에 본격 돌입했다. 베트남 축구협회와 박항서 감독 측의 재계약 협상 데드라인은 오는 10월 31일까지다. 3개월이 남은 시점이지만 지난달부터 베트남 언론은 박항서 감독 재계약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그 사이 재계약 시 새로 조정될 연봉 등에 대한 각종 추측성 보도가 쏟아졌다. 박항서 감독조차도 “현실성 없다”라고 표현한 금액까지 언급될 정도고, 그런 베트남 언론의 극성 맞은 보도가 다시 한국 언론에 의해 국내에 소개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급기야 디제이매니지먼트에서는 보도자료를 내고 재계약과 관련한 각종 추측성 보도로 인해 협상 진행에 혼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항서 감독은 “그런 얘기(언론 보도)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 뒤 “베트남 축구협회의 재정 상황은 나도 잘 안다. 비현실적인 얘기들이기 때문에 웃어 넘기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각종 국제대회에서 탁월한 성적을 낸 뒤 각급 대표팀에 주어진 포상금은 베트남 축구협회가 아닌 기업들이 출연했다. 


이동준 대표는 “첫 협상부터 연봉 문제를 얘기하는 건 순서가 아니다. 감독님도 그런 대화는 원하지 않으셨다”라며 26일 만남에서 오고 간 대화의 주제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협회가 재계약을 맺을 경우 어떤 목표와 계획을 갖고 자신을 도울 것인지, 그 비전을 확인하고 싶다는 뜻을 대리인을 통해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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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은 분명 재계약의 중요한 이슈다. 박항서 감독이 이뤄 낸 성과는 역대 베트남 축구를 위해 일 한 어떤 지도자도 이루지 못한 수준이다. 2017년 계약 당시보다는 자연스럽게 상승할 수 밖에 없다. 베트남 축구협회도 연봉 인상에 대해선 당연히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박항서 감독 본인은 돈 문제가 아닌 다른 곳을 먼저 바라보고 있다. 이동준 대표는 “감독님이 연봉 등에 대해 너무 초연해서 오히려 놀랐다. 감독님의 시각은 바깥의 시각과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축구협회로부터 듣고 싶은 답은 연봉이 아닌 월드컵 본선 도전이라는 다음 목표 설정을 동의하는지, 그리고 그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협회 차원에서 기울일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었다. 


베트남을 동남아를 넘어, 아시아 축구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의 팀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으로선 재계약 후 선수들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새로운 목표를 부여해야 한다. 그 도전이 이전과 다를 바 없다면 예상보다 빨리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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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이 듣고 싶은 답은 베트남 축구 전체의 시스템, 인프라 개선과 지원 증대에 대한 축구협회의 계획이다. 불과 2년 전 부임 당시만 해도 베트남은 A대표팀 레벨에서도 식단이나 피지컬 훈련 같은 기초적인 요소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박항서 감독은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부터 개선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대표팀다운 시스템을 구축한 베트남은 잠재력이 폭발했다.


그런 처방도 어느 단계에서는 한계점에 도달하게 된다는 걸 아는 박항서 감독은 월드컵 출전이라는 베트남 축구 역사상 가장 거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새로운 비전에 맞는 지원이 따라야 한다고 인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베트남 하이남에서 진행된 강연에서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은 국토가 남북으로 길다. 각 지역에서 나오는 선수들의 성향, 특징이 다 다르다. 개성을 살리되 퀄리티를 균일하게 발전시키려면 남부, 중부, 북부 거점에 축구센터를 세워야 한다. 북부에는 이미 있다. 남부와 중부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러한 박항서 감독의 생각은 베트남 축구를 향한 진심이자 사명감이다. 자신이 이끄는 동안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후임 감독들이 계속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시적인 성과를 낸 뒤 국가 지도자들과 정부 주요 인사들이 만나길 원하는 인물이 된 박항서 감독은 그런 자리가 생길 때마다 정부 차원의 지원과 협조를 호소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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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우승과 새 기록, FIFA랭킹 100위권 진입 등이 후일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될 유산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유무와 관계없이 미래에도 베트남 축구의 발전을 위한 지속 가능한 자산을 만들길 원하는 박항서 감독이다. 


베트남 축구를 향한 박항서 감독의 마음은 단순 연봉으로 환산되기 어렵다. 이동준 대표는 “감독님은 베트남과 함께 축구를 통해 더 큰 가치를 만들길 원하신다. 대리인으로서 그 뜻을 실현할 수 있도록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박수 칠 때 떠나라’는 의견도 있다. 박항서 감독은 그에 대해 “베트남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기초 공사를 마쳤다”라고 답했다. 잠재력을 더 끌어내려면 외부와 경쟁뿐만 아니라 베트남 스스로가 내부에서 축구와 스포츠에 대한 개혁을 해야 한다. 예순을 눈 앞에 두고 자신에게 기회를 준 대표팀과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축구 감독으로서 재기하고, 한 사람으로서의 자존감을 세운 과정에 대한 진심부터 이해해야 베트남축구협회도 순조롭게 협상에 돌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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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대한 존중도 강조했다. 베트남 축구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며 자극받은 동남아 다른 국가의 대표팀, 클럽팀으로부터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축구협회와 우선 협상 기간인 10월까지는 어떤 제안에도 반응하지 말라고 이동준 대표에게 신신당부했다. 태국을 비롯한 인근 국가에 대한 베트남의 역사적 배경과 국민 정서까지 이해하게 된 그는 제2의 조국이 돼 버린 나라의 많은 이들에게 상처 주는 일은 결코 만들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제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의 말 한마디에 모두 귀 기울인다. 관심과 애정은 늘 고맙지만 그럴수록 부담은 커진다. 항상 스스로를 겸허히 숙이는 박항서 감독은 잘 안다. '박항서 매직'으로 표현되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서 나오는 능력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베트남축구협회가 연봉보다 지속적 발전과 더 큰 도전을 향한 의지부터 약속하길 원한다. 


자신이 만든 업적이 과거와 현재에 그치지 않고 미래로 가길 원하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 보내는 진심이다. 


글=서호정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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